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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ple :: Digimon adventure 02

Candy Love

Written by. 레몬레이드

 

 

 

 

어떻게 해서 사귀게 됐어?

가끔씩 그런 질문을 들을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꽤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행히 악의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순수한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래도 타이치는 절대 자신의 연애담을 풀어놓는 역사가 없었다. 설령 제 앞에 서있는 사람이 암만 친한 친구라 해도 그냥 씩 웃어버리기 십상이었다. 남의 연애사인데 뭐가 그렇게 궁금할까 하는 반발심도 물론 있었지만 대답을 피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했다. 부끄러움. 누가 먼저 고백을 했네, 누가 먼저 좋아하기 시작했네. 이처럼 그의 이야기도 누군가의 러브 스토리처럼 뻔했겠지만 타이치는 그 진부함이 쑥스러웠고 항상 가슴이 간질거렸다.

 

어쩌다 야마토와 가벼운 입맞춤을 했던 것을 들켜버린 이후로 타이치의 축구부 동기는 둘이 무슨 사이인지를 끈질기게 물어보았다. 타이치는 말없이 웃으며 친구의 면상을 손바닥으로 세게 쓸어주었다. 벌건 대낮에 서로 입술을 맞대고 있었는데 그게 단순히 인공호흡 해주는 사이는 아니겠지. 귀찮다는 듯이 흘려버리는 타이치를 멍하게 바라보던 동기는 손으로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대화는 어찌어찌 여기까지 도달해있었다.

“사귄지는 얼마나 됐는데?”

 

“글쎄, 안 세어봐서 모르겠어.”

 

“사귄 일수 안 세? 보니까 어떤 놈들은 투투인지 뭔지 엄청 티내면서 이백원씩 걷어가고 그러던데.”

어쩐지 낯익은 단어를 들어버린 타이치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제 주위 커플들이 듣도 보도 못 한 기념일을 챙기던 모습을 떠올려보다 이내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심조차 없던 모습들이 이다지도 이질 적일 수가 없었다. 타이치는 다른 커플들에게 자신을 대입해보았다. 절로 꼴값 떤다는 소리가 튀어나올 뻔 했다. 왜 어른들이 자신 또래의 아이들이 사귀는 걸 보면서 귀엽다며 애 취급하는 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혹시 남자끼리 사귀는 건 좀 달라서 그런가?”

 

“그건 아니거든. 뭐 특별할 게 있다고.”

 

“특별하지! 같은 성별끼리 사귀는 거잖아.”

 

“됐고 걷어차이기 싫으면 다른 애들한테는 말하지 마.”

타이치는 입막음을 위해 제 동기의 입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물려주었다. 하지만 그는 알겠다며 고개까지 끄덕여놓고도 계속 타이치를 귀찮게 해댔다. 누가 먼저 고백했는지 그것만 알려달라는 말을 3번째로 들었을 때, 타이치는 결국 동기의 정강이를 걷어 차버리고 말았다.
 

* * *

 

 

“야마토, 나 이제 학교에서는 뽀뽀 안 할래.”

 

“뭐? 왜?”

 

“그렇게 놀랄 일이냐.”

 

야마토는 진심으로 충격을 먹은 것만 같았다. 왜 그런 말을 하느냐며 원망스런 눈빛마저 쏘아댔다. 하지만 타이치는 그런 야마토의 시선을 간단히 외면해주었다. 두 사람은 늦은 하굣길을 나란히 걷는 중이었다. 타이치는 바로 어제 자신에게 정강이를 차이고 고통스러워하던 동기의 얼굴을 눈앞에 그려보았다. 다른 사람에게 남의 일을 떠벌리고 다닐 만큼 입이 가벼운 녀석이 아니었다. 남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으니 그 약속도 분명 지켜줄 것이었다. 타이치는 한숨을 짧게 내쉬며 야마토에게 말했다.

 

“또 걸렸단 말이야. 이번엔 축구부 동기.”

 

믿을만한 녀석이라는 부가적인 설명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축구부 동기에게 들켰다는 사실은 코시로나 소라에게 들켰던 때와는 달리 약간의 불안함을 주었다. 그건 야마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걸렸다는 말에 어깨를 움찔거리더니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

© 2016 우정에 용기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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