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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ple ::  Digimon adventure tri.

열대야

Written by. AITHER

 

 

 

 

 뜨거운 공기가 홧홧하니 달아올라 숨이 막혔다.

 이시다 야마토는 크게 숨을 들이키며 눈을 떴다. 뭐지? 아침인가? 아침이라기에는 너무 어두운데. 새파란 눈동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로 잠시 멍하게 깜빡였다가 빛을 되찾는 데에는 수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의 시야가 어둠에 완전히 익숙해졌을 때 즈음 야마토는 자신이 지독한 더위에 의해 잠에서 쫓겨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제기랄. 갈라진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확인한 시계에는 이제 막 초침이 새벽 3시 47분을 지나고 있었다. 오늘 수업을 제대로 듣기는 글렀다는 생각을 하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다. 온 몸이 찌뿌둥한 것이 그나마 잠들었던 시간에도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듯싶었다. 거기다 티셔츠는 땀에 젖어 등에 달라붙었고 쓸어올린 머리카락은 눅눅했다. 상태를 인식하자마자 몰려드는 찝찝함에 야마토는 당장 갈아입을 옷과 함께 욕실로 직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찬물로 땀을 씻어내리고 빳빳하게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꺼진 선풍기를 다시 켜 단 네 시간이라도 깊게 자는 게 좋을 테다. 
 

 그러나 빠르게 돌아가는 머릿속과는 다르게 야마토는 침대에 앉은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만 주황색의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창밖을 멍청한 얼굴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어쩐지 너무도 피곤해졌다. 지독한 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고, 글자가 되어 떠오르자마자 급격하게 피곤함이 몰려들었을 뿐이었다.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 어떤 의욕도 생겨나질 않았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기분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았다.  

 바야흐로, 열대야였다.


 

 

:::


 

 밴드 연습이 시작한지 고작 두 시간 만에 중단되었다. 이유는 뻔했다. 올해 유독 기승을 부리는 더위 때문이었다. 그들의 연습실은 그럭저럭 온도가 낮은 편이었으나 이 날씨에 몇 대의 커다란 엠프까지 돌아가니 오히려 밖이 더 시원할 지경이었다. 가장 먼저 드럼이 채를 집어 던지며 항복을 외쳤고 뒤이어 한 명씩 악기에서 손을 떼며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한 눈에 봐도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들의 얼굴을 훑어보며 결국 야마토 또한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어. 이 상태로는 이번 공연에 제대로 설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올라오는 현기증에 미간을 문지르며 야마토가 지적했다. 그러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 쪽에서 말이 터져 나왔다.
 

 “이번 주 안에 에어컨을 사든가, 이번 주 안에 에어컨이 있는 연습실로 옮기든가. 어떻게 생각해?”
 

 “좀 닥쳐. 생각나는 게 그런 것밖에 없냐? 너 돈 많아? 어? 그게 아니면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연습의 끝을 선언하기가 언제 늘어져 있었냐는 듯 무섭게 으르렁대는 꼴이 기운이 남아도나 싶다. 손은 착실하게 악기들을 정리하면서 아웅다웅하는 멤버들에 야마토도 결국 헛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하여간 못 말려. 고개를 설설 저으며 물병을 집어 미지근해진 물을 들이켜고 수건으로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는데 문득 익숙한 주제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나저나 우리도 우리지만 축구부는 어쩌냐. 이 날씨에 감독이 미친 듯이 굴려먹는 것 같던데.”
 

 “걔네 지금 시즌 아냐? 죽어나겠구먼…….”
 

 축구부라. 수건에 반쯤 파묻힌 야마토의 얼굴이 오묘한 빛을 띠었다. 축구부, 라고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고야 마는 이름 탓이었다. 
타이치.


 야가미 타이치.

© 2016 우정에 용기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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