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mple :: 아이돌 AU
Written by. 야타
달콤한 것만 먹고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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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린 내 인생의 결론이었다. 왜냐면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결코 쉬웠던 과정이라고 볼 수 없었다.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어릴 적부터 연습에 매진했다. 재능이 없지는 않았다. 배운 대로 그대로 습득하며, 생각보다 재빠르게 이쪽 면에 두각을 드러냈다. 나름 이쪽에서 부흥하고 있는 회사의 첫 오디션에 합격했다. 그렇게 나는 양쪽의 날개가 내 등 뒤에 돋아난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날개는 불안정하게 펴져 있는 반쪽자리 날개에 불과했다.
나름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계속해서 다른 관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 어른들은 너는 어린 나이에 데뷔할 수 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으며, 기회는 단숨에 찾아왔다. 하지만 기회는 기회일 뿐이었다. 그게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나는 첫 번째 실패를 맛보았다.
데뷔할 그룹의 리더의 이탈. 자신을 키워준 소속사와의 신뢰관계를 깨뜨린 채 그는 다른 소속사로 이전했다. 회사에 떨어진 날벼락으로 인해서 결국 피해를 받은 건 그 그룹으로 데뷔할 나와 같은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은 실패의 시간에 휩쓸려버렸고, 결국 썰물이 빠져나가듯이, 우수수 그 길을 포기해버렸다. 휩쓸려버리지 않은 건 결국 나 혼자 였다.
결국에 나 혼자의 싸움이었다. 미래라는 단어가 무색 할 만큼, 앞에 펼쳐진 초라한 그 길을 나는 혼자서 걸어 나갔다. 마음에 박혀서 꺼내지 못했던 꿈 때문에. 모든 것을 삼켜가며 꿋꿋하게 버텨왔다. 조급한 적도 많았고, 포기하고 싶은 적도 더러 있었다.
‘먼저 데뷔해서 미안해.’
주변에 다른 연습생들이 나에게 던져주는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언제나 나를 짓누를 때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버텨냈다. 어렵게 지켜내서 얻어낸 데뷔였다.
그래서였을까. 나에게 주어진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전부였다. 아니, 나에게 남겨진 전부였다.
‘타이치. 네가 이 그룹의 리더다.’
앞으로 데뷔할 우리를 모아놓고 사장님은 나를 그렇게 칭했다.
비로소, 그렇다. 데뷔를 한 그 순간, 나는 지금에 이르러 나 자신에 대해서 재확신했다. 네가 쥐고 있는 건, 너가 있는 그 그룹 뿐이라며. 그래서 나는 이 야생의 동굴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다.
자기를 드러내고, 쪼개주고, 가없는 감정들을 퍼내주었다. 누군가가 자신에 대해 이러쿵저렁쿵 말하며, 절대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파고 들어오는 관음행위에 대해서 익숙해져가며, 나는 아니 우리 그룹은 대중에게 잊혀 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룹의 처음을 말하자면, 절대 쉬운 멤버 구성은 아니었다. 삐그덕 거리며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더군다나 비슷한 동년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자의 개성도 강했기에 그것을 하나의 그룹 안에서 어우르게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특히나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나랑 동갑이었던 ‘이시다 야마토’
처음부터 좋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선명한 자국처럼 또렷했다.
- 그렇게 우리, 아니 너까지 갉아가며 해야 겠냐고.
예능마다 대차게 우려먹은 그 일화는, 사실 그만큼 내겐 충격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시다 야마토가 말했다는 게, 참 그랬었다.
이시다 야마토의 경우는 정확히 나와 반대였다. 오디션을 보고 들어온, 거의 초고속으로 계약이 결정된 거물 연습생. 더군다나 기본적으로 오디션 합격자들의 평균치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던 것 같았다. 어떻게, 다른 사람이 아니고 네가 나를 지적했을까. 결국 자신으로부터 기인한 열등감으로 야마토의 말을 무시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더 연습에 몰두했다.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반쯤은 오기처럼, 나 하던 대로. 네가 뭐라고 하던 간에 난 열심히 하면 돼.
사실 다시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그 말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거다. 야마토의 말도 그렇고, 야마토 자체에 대해서도. 얼굴을 부딪 힐 때 마다, 괜히 그 모든 것을 아니꼽게 생각했다. 그린벨트 지역에 살다온 것 같으면서도. 생각 이상으로 이 직업에 대해서 열정을 가졌던 것. 그리고 정말 아이돌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는 것 또한. 그냥 이것저것 나와 비슷하면서도 너무나도 달랐다. 야마토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 ‘네가 너무나도 신경 쓰였어.’ 라고 설명했지만. 나야말로 그 때 이시다 야마토에 대해 뭐든 지 다 신경쓰였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