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mple :: 랑야방 AU
Written by. 칸데타
3황자 야마토, 소원수 타이치
대량의 수도, 금릉.
늘 사건·사고가 이는 이곳에, 희소식이 일었다. 같은 해 황제의 비와 적염군 대원수의 부인이 회임을 한 것이다. 젊을 적부터 사이가 돈독했던 황제와 대원수는 서로의 아이에게 대부가 되어주기로 약속했다. 몇 달의 간격을 두고 두 아이가 세상에 나왔고, 두 부부는 사이좋게 아들을 얻었다.
금빛 머리칼에 푸른 눈동자를 한 황제의 셋째 아들은 대원수에게 야마토라는 이름을, 밤색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진 대원수의 맏아들은 황제에게 타이치라는 이름을 받았다. 이러한 까닭에 3황자 야마토와 소원수 타이치는 형제와 다름없이 키워졌다. 둘은 함께 황자 교육을 담당하는 스승에게 문학을 배우고, 적염군 대원수에게 무예를 배웠다.
야마토는 좋게 말해 대나무같이 곧은 성정이었고, 달리 말하면 지나치게 곧아 융통성이 없었다. 그에 반해 수완이 좋은 타이치는 종종 야마토를 골리거나, 꾀어내어 함께 장난치곤 했다. 결국 대원수, 아버지께 걸려 혼이 날 때면 타이치는 볼기짝이 빨개질지언정 눈물을 꾹 참았고, 정작 야마토가 눈물을 그렁그
렁 달았다.
열네 살이 되던 해, 둘은 사이좋게 양인으로 발현했다. 먼저 발현을 마친 야마토가 정신을 차렸을 즈음, 타이치 역시 양인으로 발현했으며, 발현 열로 자택에서 요양 중이란 소식을 들었다. 야마토가 타이치를 찾아가려 하자, 어머니는 야마토가 갓 발현하여 향 갈음을 못하고, 양인끼린 서로 향이 이롭지 않아 힘든 타이치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며 만류하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흘러 사흘째 되던 날. 생각보다 타이치의 요양이 길어지자, 안절부절못하던 야마토는 어른들 몰래 궁을 나섰다.
대원수 저택에 다다를 즈음, 야마토는 무언가 익숙한 향을 느꼈다. 처음 맡는 향이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에 야마토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한낮, 초원을 비추는 햇빛과 같은 향. 분명 타이치의 향이었다.
저택의 뒷구멍에-타이치가 장난을 치다 근신을 받으면 이곳을 통해 빠져나오곤 했다- 들어선 야마토는 무언가 의아함을 느꼈다. 향은 점점 강해지는데, 어머니가 일러준 불쾌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분명 양인이라 하셨는데…. 무언가 잘못되었나?’
야마토는 서둘러 타이치의 방문을 열었다. 꼭 닫힌 문이 열리자, 방안 가득 찬 타이치의 향이 터져 나왔다. 쏟아지듯 풍기는 향에 홀린 야마토는 하인들의 잡담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들키지 않게 조용히 방문을 닫은 그는, 누워있는 타이치에게 다가갔다.
발현 열에 들뜬 얼굴은 둘이 어른들 몰래 춘화집을 보던 때와 비슷했다.
‘하필 떠올라도….’
괜시리 얼굴이 빨개진 야마토가 주춤거리는 사이, 인기척 때문인지 타이치가 눈을 떴다.
“…야마토?”
“어, 어? 어, 타, 이치. 기분은 좀 어때?”
열에 가라앉은 목소리가 야마토를 향하자, 파드득 놀라 말이 튀어나왔다. 야마토의 우스운 모습에 타이치는 몸을 일으키며 키득키득 웃었다.
“왜 그렇게 놀라, 죄진 사람마냥. 기분이야, 뭐,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
아직 힘이 부친 듯, 벽에 등을 기댄 타이치가, 어깨를 으쓱 올리며 장난스레 웃었다. 왠지 모를 간질한 기분에 야마토는 헛기침을 했다. 영 엉뚱한 행동을 하
는 야마토에게 타이치가 장난을 걸었다. 둘은 한참을 시시덕거리다 결국 하인에게 발각되었고, 어른들께 한참을 혼나고 말았다.
며칠 후, 두 가족이 모인 축하연에서 둘의 여타 양인과는 다른 모습이 화두에 올랐다. 친동생, 타케루와 히카리는 저희보다 더 가족 같지 않냐며 샐쭉 웃었다.
타이치는 알파로 발현한 해부터 아버지, 대원수를 따라 적염군의 일원으로 전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장에서 공을 세우며 소원수, 소년장수 타이치라는 이름을 알렸다.
야마토 역시 대량을 위해, 차기 황제가 될 황장자, 형님을 위해 전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피해를 입은 백성들에게 자신 몫의 식량까지 나눠주는 모습은 차츰 미담으로 퍼졌다.
둘은 형님께서 일굴 미래의 대량을, 힘을 합쳐 굳건하게 지키자며 서로의 등을 맡겼다. 당연 그리 될 거라며 미래를 다짐했다.
당연한 얘기였고, 예견된 미래였다. 황제가 달라지기 전까지는.
대량을 강대국으로 만들겠단 포부는 점차 무거운 짐이 되어 황제의 어깨를 짓눌렀다. 선의로 시작한 정책들은 궐을 나가기도 전에 휘어지고 틀어져 황제를 겨냥하는 칼날이 되었다. 칼날이 어디에서 자신을 할퀼지 몰랐기에, 황제는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의심은 친우조차 칼날을 숨긴 역당으로 보이게 했다.
좋게 포장해봤자, 결국 황제의 그릇이 아니었다.
전장에 나선지도 3해째, 둘에게 출전 명령이 떨어졌다. 다만, 매령과 동해라는, 목적지만 달랐을 뿐이다. 타이치는 큰 전투를 나가면서도 긴장한 기색 하나 없었다. 오히려 걱정하는 야마토를 위해 시답잖은 농을 던지며 쾌활히 굴었다.
“누가 먼저 돌아올지 내기하자. 네가 먼저 돌아오면, 일전 겨우 구했던 악보. 넘긴다.”
타이치의 의도를 모를 리 없는 야마토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호응했다.
“좋아. 네가 먼저 돌아오면 형님께 받은 활, 그걸 주지.”
궁술에 관심이 많은 타이치의 눈이 돌연 빛났다. 안 그래도 한 달 내내 잘 만들어진 활이라며 관심 갖는 걸 야마토가 모를 리가 없었다. ‘누굴 위한 내기인
지.’ 야마토는 웃음을 겨우 참아냈다.
“진심이지? 무르기 없기다?”
정말,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이 한담이 마지막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