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mple :: Digimon Adventure
Written by. 만복레
있는 힘껏 숨을 들이쉬어도 만족감을 주지 않는 공기. 가슴이 턱턱 막히는 여름.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하고자 타케루의 손을 잡아 그늘을 찾아 끌고 간 육교 아래. 먼지 가득 쓴 옷가지를 서로 털어주며 들어서는 그리운 현관문. 그때마다 들려오는 부모님의 말다툼. 조바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던 타케루의 등을 토닥거리던 그 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두 거대 괴수의 격돌. 귀를 멀게 할 정도의 굉음은 정신을 놓게 할 정도로 머릿속을 울렸지만 아직 너무나 어렸던 타케루의 마음을 온통 빼앗아 놓았다. 하나뿐인 동생과의 추억이 가득담긴 육교. 마지막인 듯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잠시뿐인 정적 속에서 들리는 - 간절할 정도로 미약한 호루라기 소리.
아직 맞지 않은지 커다란 고글을 목에 걸고 다니며 동내를 친구들과 사방팔방 뛰어놀던 아이.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반동으로 얼굴을 때리던 고글은 보는 이가 거슬릴 정도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그마한 몸을 이끌고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던 아이는 그날따라 잔뜩 울적한 표정으로 무너져 버린 육교 더미를 멀찍이 서 있었다. 잔해더미 철거 공사로 인해 이미 출입은 통제되어 있는 상태.
평소처럼 어울리지 않은 고글 대신 줄에 매단 호루라기를 목에 건 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잔해더미를 치우는 육중한 포클레인 소리는 개의치 않은 채 그 아이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었다.
곧 손에 들고 있던 호루라기를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보였다. 피 - 어린아이의 부질없는 숨소리가 호루라기를 통해 소리로 번져 나갔다. 그곳에 있는 누구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호루라기를 분 본인도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단 한 사람만 - 그것이 사람인지 아닌지는 나중에야 명확해 졌지만 - 들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절대 사교성이 좋다고 할 수 없는 나는 무슨 정신인지 그에게 말을 걸고 말았다. 잔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 하면서도 한 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갑작스런 기척에 고개를 돌리는 그 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구겨지는 표정.
아직 어렸던 내가 히카리가오카에 대해 갖는 기억. 조금은 일렀을지 모르는 - 타이치와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