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mple :: 고스트메신저 AU
Written by. 미리내
멍한 얼굴로 가게 문 너머만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다가온 인기척이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적한 가게 안에 있던 사람이라고는 냅다 토낀 다이스케와 타이치, 지금은 주인 한 사람만 있어야 할 곳에 어느새 제 옆으로 나타난 인물까지 두 사람이 되어버린 지금. 타이치는 아무도 없던 자리에 태연하게 서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몇 번째일지 모를 이번에도 후― 진정해 보인다. 그는 당연하게 말하지만 애초에 평범하게 알겠다며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일이냐고 이게.
“하… 부탁인데요, 제발 그 갑자기 튀어 나오는 거 하지 말아줄래요? 심장에 안 좋거든요.”
“…내가 말 놓으라고 안 했었나.”
“그럼 하지 마.”
“…….”
방금 얘 앞에서 보이던 얼굴은 어디가고 싹 굳혀서는. 말 그대로 정색하고 정말 하지 마라 달라하는 그의 진심어린 말에 젊은 가게 주인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자는 도리어 표정을 찡그리고는 시큰둥해 보이기만 할 뿐이다. 아아, 역시.
“애초에 네가 멋대로 볼 수 있는 거니깐, 네 탓이다.”
“…그러시겠지.”
전에 있었던 일들이 어렴풋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제 앞에 서 있는 외국적이고 화려한 외모를 가진, 속된 말로 잘 생겼다 표현하는 그가 살아있는 인간이 아닌 죽은 사람, 저승사자라는 사실이 아직도 받아들이기 뭐했다. 그 날, 그와 처음 가게 앞에서 우연히 마주한 날. 이시다 야마토라는 이름을 알려준 그와의 만남은 그때부터 이어져 내려와 자신에게 있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었다. 불과 보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니깐. 특별하다. 그는 그리 내게 말했다. 자신은 뭔가가 유독 다르다고. 음… 확실히 내가 생각해봐도 평범한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보인다면 특별한, 게 맞지 응. 그리고… 역시 아직까지는 그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평소 늘 생글생글 웃는 상이면서 정말 무심코 보면 가끔 보이는 저 무심한 무표정이 그는 정말 타이치에게 이질적이다 생각했다. 어울리지 않는다? 이상하다? 그냥 단순히 표현해도 되는 느낌이긴 한데… 뭔가가 좀 다른…. 딱 들어맞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런 뒤숭숭한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다른 이야기를 꺼내볼까.
“…그나저나, 방금 전 그 아이하고는 꽤나 알고 지낸 사이 같던데.”
“아, 다이스케?”
“응.”
다른 주제를 꺼내놓자 그가 조금은 반기는 것처럼 보이는 얼굴이 금세 활기를 되찾고는 제게 응수해온다. 저 붉은 머리의 아이는 뭔가 자신도 이 가게를 안 이후로는 자주 오는 사람 중에 있는 거 같다고 얘기하자 타이치가 고개를 끄덕인다. 에, 근데 잠깐. 야마토 너 자주 우리 가게에 찾아왔던 거야? 굳이 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일단 다이스케랑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 맞아. 우연히 길 가다가 만났는데… 그 아이랑 첫 만남은 그리 썩 좋지 않았지.”
“?”
“…차사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대한 얘기 별로 흥미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야.”
“…저승사자는 뭐 누구나 다 이승에 관심이 없는 줄 아냐.”
“와. 방금, 굉장히 여러 의미로 무서웠어.”
“야.”
키득 소리를 내며 그가 웃는다. 하여간 진짜 잘 웃어. 야마토는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아까처럼 무심한 표정을 보이는 것보다는 나은 거 같아 내버려두기로 하고 다음에 이어질 그의 말을 기다렸다. 이를 눈치 챈 타이치가 별 주저함 없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OPEN에서 CLOSED로 팻말을 돌려놓은 후, 가게 안 불을 끄며 말을 이어갔다.
“고아야. 그 아이.”